빨강모자 作

 

내 마음은 너무나 꽉차있습니다.
무거운 마음에 먼산도 바라보고
힘들어 구석에 놓고
멀리멀리 달아나고파도 합니다.

 기대하는 마음이 가득차고
성공을 소망하여 가득차고
부픈마음이 가득하고
설레임이 가득차고
기쁜마음 가득차고
슬픈마음 가득하여
더는 채울 수 없는 마음이 무겁습니다.


한자락 휘훵한 바람결에
뒹구는 골목 바람에
덩그러니 등불만 비추입니다.
스산한 바람이 몸을 휘감아 돌아 골목을 빠져나감니다.


萬法歸一 一歸何處 (만법귀일 일귀하처)
이 한줄 글귀에 오만번뇌 벗어놓고
세월을 짚신삼아 시간이 흘러
두번의 해를 다시금 보았습니다.


심취할만큼의 수양은 없더라도
선문답이 뭔지 모르지만
마음속 한자락에 실린 글자
무얼 얻을지는 모르지만
무얼 잃을지는 모르지만
때론 무심하게 평온하게
아무렇지 않은 마음으로 바라보며 앉아있네.


여덟글자 한줄문구에
일만만(萬)자 한글자 놓고
일만가지 번민고뇌 한가득하고
법(法)자 글씨 앞에놓고
옳고그름 분별하지 못하고
돌아올 귀(歸)자 앞에두고
갈곳없어 헤메이고
한일자(一) 한글자에
내마음은 두갈래길......


한일자(一) 두갈래길
오갈곳을 모르던 마음 내려두고
귀처(歸處)없어 정처없이
걸인처럼 떠돌던 마음 한자락 내려두고
어찌(何)할까 어드멜까 갈팡질팡
서툰마음 방구석에 내려놓고
내갈곳이 어드멘지
궁금한 마음 내려보네.


여덟글자 한구절에
마음가득 번뇌망상
한글자에 한마음씩
떠밀어서 내려놓고
한구석에 버려놓고
돌아앉아 정좌하고
호수같은 평정심을
갈구하고 갈망하며
세월자락 베어내고
네월따라 살아가네.


비운마음 가벼웁고
비운마음 새로웁고
오늘내일 맑고맑게
비워놓고 채워가며
한량없는 세월따라
쉼이없는 네월따라
너도가고 맘도가네.

비워진 마음 한자락에
내가 눈을 다시뜨고
가벼운 발길로 오는세월 맞이하며
고요함을 부러하고
평온함을 부러하여
비우면서 살아보세.

앞산개울 여울물도 차고넘어 흘러가고
쉼도없이 흘러내려 강물되고 바다되네
비운마음 평온하여 새소리도 새록하네
마음비워 고요할줄 내모르고 살아왔네
마음비워 평온할줄 내모르고 살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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